아이폰 특수개조해 여학생 몰카 찍은 학원 실장..징역 3년 6개월

2025.05.09. 오후 04:00
 성범죄 전력이 있는 30대 남성이 자신이 근무하던 학원의 여학생을 비롯해 수백 명의 여성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범행이 들통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특수개조된 아이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의 범행은 최소 2018년부터 최근까지 수년에 걸쳐 이어졌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형사부(이승호 부장판사)는 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6)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5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으며, 범행에 사용된 개조 아이폰 등 압수물에 대해 몰수 조치를 취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9월 20일 경, 자신이 행정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강원도 원주시의 한 학원 통학용 승합차에서 13세 여학생인 B양의 신체를 촬영했다. 당시 그는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 보조석에 특수개조 아이폰을 두고, 그 위에 가방을 덮은 뒤 애플워치를 이용한 원격 촬영 기능을 활용해 피해 학생의 얼굴, 다리, 속옷 등 신체 일부를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24년 9월까지 그는 같은 방식으로 학원 통학차량, 강의실, 로비 등지에서 아동·청소년 17명을 대상으로 총 141회에 걸쳐 불법 촬영을 감행했다.

 

 

 

이 외에도 그는 2024년 10월 11일, 원주시의 한 매장에서 여성의 하체를 특수개조 아이폰으로 촬영한 혐의가 있다. 수사 결과, 그는 2021년 6월 28일부터 같은 방식으로 총 261명을 상대로 196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2019년 5월부터 약 5개월 간, 원주시 무실동의 독서실에서 무음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폰으로 여성 신체를 촬영하는 범행을 16차례나 저질렀다.

 

이처럼 장기간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A씨의 범행 이면에는 그의 과거 전력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이미 2018년경에도 불특정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다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그는 다시는 발각되지 않기 위해 일반적인 스마트폰이 아닌, 카메라 렌즈가 이어폰 단자 쪽에 삽입되어 측면 촬영이 가능한 특수개조 아이폰을 구매했다. 해당 기기는 외관상 일반 스마트폰과 동일하지만, 하단 측면부로 은밀하게 촬영이 가능해 불법 촬영 범죄에 악용되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전과가 없으며, 피해자 중 한 명인 B양을 위해 200만 원을 공탁했으며, 피해자도 수령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이 촬영한 불법 영상물이나 성 착취물이 유포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의 지속성과 피해자들의 연령, 범행 수단과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중하다고 판단된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피고인 A씨 양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나란히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 사건은 향후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에서 항소심을 통해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불법 촬영 범죄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양상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특히 교육기관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지속적 범행,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점, 범행 수법의 고도화 등이 사회적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성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실질적 감시나 취업제한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제도적 허점을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촬영 장비의 온라인 유통 및 구매 실태에 대한 단속 강화, 아동·청소년 대상 기관 종사자에 대한 사전 검증과 사후 감시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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