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270억 과징금 취소..법원 “‘콜 몰아주기 아냐’

2025.05.23. 오후 03:27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270억 원대 과징금 처분이 법원 판결로 전면 취소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2일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2월 공정위가 부과했던 271억2000만원 규모의 과징금은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0년 1월 택시업계에서 제기한 의혹으로부터 시작됐다. 비가맹 기사들이 카카오T 앱이 운영하는 호출 시스템에서, 더 가까운 일반택시 대신 멀리 있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에 우선 배차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 가맹택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부터 알고리즘을 통해 가맹택시에 우선 배차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정위는 2020년 4월 알고리즘을 변경하면서, 콜 수락률이 40% 이상인 기사에게만 우선 배차를 적용한 것도 비가맹 기사에게 불리한 방식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구조는 가맹택시가 비가맹택시보다 월평균 35~~321건의 호출을 더 받고, 운임 수입은 1.04~~2.21배 더 많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분석이었다. 이에 공정위는 2023년 2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차별적 취급 행위 등을 근거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공정위의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8월에는 과징금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후 대법원이 공정위의 항고를 기각하며, 집행정지 효력은 그대로 유지됐다. 결국 이번 서울고법 판결은 실질적으로 공정위 제재의 근거 자체를 부정한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판결 직후 입장을 통해 “배차 수락률은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가맹택시 도입 이전부터 사용해 온 기준”이라며, “소비자와 기사 모두의 편익 확대를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왔으며, 가맹과 비가맹 기사 간의 차별도 없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정위는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정명령에 대한 불복 소송에서 서울고법의 판단을 1심으로 보고 대법원 상고를 통해 2심제를 운영한다. 이번 판결 역시 대법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소송과 별개로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지난해 말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콜 차단’ 의혹과 관련해, 12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요청에 따라 ‘콜 몰아주기’ 혐의로 각각 고발 조치했다. 현재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에서 수사 중이다. 이 수사팀은 앞서 카카오그룹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벌인 시세조종 의혹 사건도 담당했으며,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판결은 플랫폼 경제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배차 알고리즘 운용과 공정성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택시 업계 내 가맹과 비가맹 간의 갈등, 이용자 편익과 기사 수익 간 균형, 플랫폼 책임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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