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경찰 수사에 두 차례 연속 불응한 가운데, 경찰이 세 번째 소환을 통보하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12일 오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오는 19일을 기한으로 3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이 이 기한마저 어길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신병 확보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1차 출석 요구(6월 5일 출석 요청)에 이어, 이날 이뤄진 2차 요구에도 불응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윤 전 대통령의 출석을 기다렸으나, 일과 시간이 마감될 때까지 윤 전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석 통보 당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이 자택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지하상가를 경호원과 함께 활보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사실상 공개적인 ‘버티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 요구에 대해 법적 정당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11일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에서 “공수처는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며,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체포영장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기관이 확보한 영상 및 사진 증거는 군사기지법을 위반한 자료로, 혐의를 뒷받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출석 요구는 피의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부당한 조치이며,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지난 1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특수단과 공수처의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다. 둘째는 지난해 12월 7일 대통령경호처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3인의 비화폰(보안전화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다.

 

경찰은 최근 삭제된 비화폰 서버를 복구하며 이와 같은 삭제 지시 정황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혐의를 추가했다. 특수단은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윤 전 대통령의 대면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수사가 특검으로 이관되기 전, 현재까지의 수사성과를 정리하고 책임을 매듭지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이른바 ‘3대 특검법’이 공포되며, 향후 수사 주체가 특검으로 전환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그간 진행해온 6개월간의 수사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근거를 확실히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특수단은 19일 출석 요구까지도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 신청은 물론, 긴급체포와 같은 적극적인 신병 확보 조치를 검토 중이다.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3차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으며, 이는 강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사는 최대한 노력해서 하겠다”며 신병 확보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과 맞물려 수사 및 사법 판단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의 행위를 위법·무효로 규정하며 혐의 자체의 성립을 부인하고 있고, 경찰은 반복된 불출석을 두고 법 절차 위반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대립은 향후 특검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경우 더욱 치열한 법적·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제출한 의견서와 기존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3차 출석 요구 이후의 방침을 조율 중이다. 만약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사전 체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와 책임 규명을 둘러싼 수사 전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중심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