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아이콘'이냐 '정책 전문가'냐…'이시바의 마음' 얻는 자가 차기 총리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자민당 총재 자리를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승패의 열쇠를 쥔 '이시바 표심'의 향방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총재 선거 당시 이시바 총리를 1차 투표 2위, 결선 투표 1위로 밀어 올렸던 막강한 지지층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자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이시바 총리를 지지했던 응답자의 무려 41%가 이번에는 고이즈미 지지로 돌아섰다고 답했으며,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26%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유력 주자인 다카이치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쳐 '이시바 표심'을 흡수하는 데에는 고전하는 모양새다. 이는 정치적으로 이시바 총리와 노선이 가깝다고 평가받는 고이즈미와 하야시가 이탈한 표심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각 후보의 핵심 지지층 결집력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확장성 측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같은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다카이치(84%)와 고이즈미(81%)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 '콘크리트 지지층'의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과 부동표를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느냐에 달려있다. 유권자들은 고이즈미에게는 '개혁 의지'와 대중을 사로잡는 '발신력'을, 다카이치에게는 '정책 전문성'과 '국가 비전'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복잡한 선거 방식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2명이 국회의원 표심이 절대적인 결선 투표로 향한다. 지난해 고이즈미는 당원 투표에서 밀려 국회의원 표 최다 득표에도 불구하고 결선 진출에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따라서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 1차에서 승부를 보려는 고이즈미와, 설사 1차에서 뒤지더라도 결선에서 국회의원 표를 결집해 역전을 노리는 다카이치 사이의 치열한 전략 대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