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유일 대항마라더니…천위페이, 9점만 따고 '광탈', 중국 계획 다 망쳤다

경기 내용은 결과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천위페이는 경기 내내 자신의 페이스를 전혀 찾지 못하고 시종일관 끌려다녔다. 1세트에서는 단 9점을 얻는 데 그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고, 절치부심하며 나선 2세트에서도 15-13으로 앞서가던 막판, 거짓말처럼 연속 6실점을 허용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블리치펠트를 상대로 11번 싸워 10승 1패라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이번 완패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유일했던 1패마저 7년 전인 2018년 단체전 기록이었던 만큼, 천위페이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천위페이의 조기 탈락은 안세영의 독주를 저지하려던 중국 대표팀의 계획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당초 중국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천위페이가 결승까지 순항해 안세영과 우승을 다투는 것이었다. 천위페이는 안세영과의 통산 상대 전적에서 14승 13패로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예상치 못하게 탈락하면서 안세영을 막아야 하는 무거운 짐은 고스란히 왕즈이와 한훼 등 다른 동료들의 어깨 위로 넘어갔다. 문제는 이 두 선수가 안세영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왕즈이는 안세영에게 4승 13패로 크게 뒤져 있으며, 올 시즌에만 결승에서 다섯 번 만나 모두 패했다. 한훼 역시 2승 9패의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다.
중국 현지 언론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 매체 '신민만보'는 "강력한 우승 후보 천위페이가 일찍 짐을 싸면서, 세계 1위 안세영을 막아야 하는 부담이 젊은 세대에게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대회 결과는 중국 여자 단식의 세대교체 필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천위페이 스스로가 부상 회복과 경기력 유지라는 이중고에 직면했음을 드러낸다"고 분석하며, 단순히 한 번의 패배가 아닌 중국 여자 배드민턴의 위기 신호일 수 있음을 경고했다. 안세영의 대항마가 사라진 코트 위, 중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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